세란인은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는 세란가족들을 직접 찾아가 건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세란인들의 건강한 이야기를 통하여 모든 분들께서 건강한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 호에서는 고귀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71병동 김정현 간호사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Q.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나눔을 위하여 국내외 빈곤 아동들을 돕고 계신데,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간호사로 일한지 5년째 된 해였고,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많았던 때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운동도 시작했지만 순간의 공허한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아침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삶에 의미가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그 때 마침 광고에서 한 아프리카 아동을 보게 되었습니다.아이는 하루 한 끼도 먹지 못할 만큼 어렵게 살고 있었지만, 장난감 자동차를 갖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주린 배를 채우기도 힘들 텐데, 저 아이는 왜 자동차를 갖고 싶은 게 소원인지, 그것을 선물하면 저런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고 바로 인터넷을 검색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저는 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단체 중 아이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찾아 내가 꾸준히 잘 할 수 있을지 마우스 앞에서 몇 번의 고민을 하며 첫 아동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2009년 11월 10일, 아마도 그 날이 저에겐 가장 의미 있었던 월급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지금은 22개 국가의 아동을 후원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기부를 하게 되셨나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고, 꼭 몇 명을 후원하겠다는 목표도 없었습니다. 처음 콩고민주공화국의 조나스라는 아동과 만나게 되고 편지 몇 통 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목표와 다르게 그 나라는 선물 분실율 90%로 선물자제 국가였답니다.)
그런데 편지를 쓰며 누군가를 응원하는 자체로도 큰 즐거움이 되었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서 후원 한 달째에 3명의 아이를 후원하게 되었습니다.제가 보내고 싶은 선물도 보내고, 편지와 사진들을 보내면서 후원단체에서 여러 가지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왜 이러한 나눔이 필요한지 더 깊게 알게 되었고, 자봉 활동 때마다 눈에 밟히는 아이들을 그냥 둘 수 없어서 한 아이씩 인연이 늘어나게 되었어요. 장애가 있거나 유전적 질환이 있는 아이,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을 지나치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한 달에 3만원, 조금만 더 아끼면 이 아이들에게 그 가치 이상의 큰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교류하는 시간들이 늘어갈수록 그 믿음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학교에 가고, 아프면 병원에 가고 제가 보내준 편지를 받고 환하게 웃어 주었습니다. 이제는 사업장 직원들이나 형제들이 대신 써주던 편지도 스스로 쓸 만큼 아이들은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편지로만 만나던 아이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 역시 커져갔습니다.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여행을 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수선생님과 병동 선생님들의 배려로 라오스, 베트남, 필리핀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저를 위해 준비한 것들, 저를 바라보는 눈빛, 헤어지는 순간 아이들 눈에서 터지는 눈물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고, 다른 나라 땅에서 제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줬습니다. 이런 추억들이 자연히 더 많은 나눔을 결심하게 만들었어요. 물론 가끔 주위에서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런 경험들과 아이들의 미래는 어떤 것들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인연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구요. 실질적으로는 조금 가난해졌지만, 매일 마음만은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Q. 기부금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제가 하고 있는 1대1 아동후원은 그 후원금이 아동에게 직접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후원금은 아이들이 사는 마을 환경을 개선시키고 개발하는데 사용되고 있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의아해했고 약간 속은 기분도 들었는데, 왜 그렇게 쓰이고 있는지는 아이들을 만나고 와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나라들은 아시아권인데도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은 무척 열악했습니다. 돈이 있어도 뭘 살만한 곳이 없었고 베트남 같은 경우, 화장실이 없어서 집 근처에 땅을 파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구멍이 다 차야 다른 자리로 옮긴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아시아면 어느 정도는 환경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프리카 지역에 다녀오신 분들의 이야기로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학교 건물과 교육자재와 교사가 없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식수펌프가 없고, 아파도 갈 수 있는 병원이나 의료진이 없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마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는 마을에 그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쉽게 표현하면 물고기를 잡아서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물고기를 기르고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지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도움 없이도 그들이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저의 후원금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Q. 후원 아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를 꼽는다면?
손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자주 편지를 쓰는 편입니다. 후원금을 아이가 받지는 못하기 때문에 대신 편지로 아이들과 교류하며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고, 이러한 교류만으로도 아이들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편지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이 힘든 날 집에 돌아왔을 때, 우체통에 꽂혀있는 아이의 편지는 저에게도 큰 힘이 되고, 바닥까지 내려온 몸과 마음의 무게를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답장을 쓰는 동안 아이에게 남기는 응원과 위로는 또 다시 제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제게는 다 예쁜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 질문이 가장 어렵지만, 제가 가장 마음을 쓰는 아이는 모잠비크에 살고 있는 ‘에르네스티나’입니다.
아이는 알비노(백색증)로 태어났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도 질병이나 상해의 위험성이 높을 뿐 아니라 친구들과 다른 모습으로 차별을 당하고, 자존감 역시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편지로 아이의 특별함을 응원해 주면서 아플 때는 사업장 직원에게 얘기해서 병원에 꼭 가라고 늘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의약품이나 선크림, 모자와 같은 것들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에르네스티나는 저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얘기해주고, 학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이제는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가족들이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그 말에 저는 다시 한 번 용기를 얻었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정말 감사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이의 꿈은 간호사입니다. 그래서 제가 간호사인 것을 아이가 참 좋아합니다. 에르네스티나가 훌륭한 모잠비크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지금처럼 계속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Q. 독자 여러분을 위해 기부문화에 대하여 한 말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대단하다, 좋은 일 한다”는 이야기인데, 저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고, 다만 제가 가장 행복하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았을 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아는 것도 부끄러워서 숨기곤 했지만, 이제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하고 싶은 일이고, 그 사람도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들도 물론, 병동 선생님들께서도 동참해 주시고 계시는데, 함께 해주시면서 오히려 저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한마디가 저에게는 더 큰 기쁨이 되었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데, 저의 왼손은 이렇게 즐거운 일을 혼자 알고 있는 것이 아까워서 오른손들에게 같이 하자고 알리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후원자 모임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면서 작년 9월 후원자 주최로 거리 후원 캠페인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SNS로 모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함께 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해하고, 다시 한 번 정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들이 많아졌고, 정기 후원 뿐 아니라 일시후원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꼭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인터넷 콩 기부나 어플로도 얼마든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답니다.
‘국내에도 어려운 애들이 많은데, 왜 외국 애들을 돕지?’ 하시는 분들께서는 해외 아동이 아닌 국내 아동을 후원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순간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6년 전의 제 모습처럼 어느 한 분이라도 지금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마을을 위해 봄처럼 따뜻한 희망을 선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시작은 어렵지만, 나눔은 나눌수록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기쁨이 더 커지거든요. 이제는 “대단하다”는 말보다 “그거 어떻게 시작하니? 나도 하고 싶다”는 말을 더 많이 듣기를 바래봅니다.